[지평선] 우주개발 사업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일본은 동맹국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기초로 대량의 폭탄을 운반하는 유인로켓 개발에 나섰다. 금세 독일 다음가는 기술 수준에 이르렀으나 패전으로 항공과학 연구가 전면 금지됐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주권을 완전 회복할 때까지 7년 간이었다. 개발 단계에서의 이 7년의 지각은 나중에 수십 년의 격차를 낳았다. 소련이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하고, 미국이 본격적 추격에 나선 1957년 일본은 고작 26㎝ 길이의 ‘연필 로켓’ 발사 실험에 열중해야 했다.

■일본은 75년 미국ㆍ소련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렸지만, 발사체인 N1 로켓은 미국의 델타 로켓 기술에 의존했다. 81년 N2 로켓, 86년 H1 로켓을 거쳐 94년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H2 로켓 발사실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98ㆍ99년 H2 로켓의 잇따른 발사 실패로 부풀던 우주개발의 꿈은 깨졌다.

독자기술을 고집한 H2 로켓은 비용이 다른 나라 로켓의 두 배나 돼 경쟁력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저비용 H2A 로켓 개발에 나섰고, 그 초기 기술 일부를 H2 로켓에 적용했더니 잇따라 결함을 드러냈다.

■실패를 거듭해온 일본은 2001년에야 H2A 로켓 발사에 성공했고, 그에 힘입어 지난 9월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궤도에 올렸다. 69년 미국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비해도 38년이 늦었다. 2025년쯤 유인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는 계획으로 보아 실제 기술 격차는 55년 이상이다.

달 궤도, 달 표면, 유인우주선 달 착륙 등의 단계마다 기술의 비약이 필요함은 대륙간 탄도탄(ICBM) 개발 등으로 일찌감치 대형 로켓 기술을 확보한 중국이 11월에야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를 궤도에 올린 데서도 자명하다.

■정부의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이 반가우면서도 아득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런 기술 현실 때문이다. 우리는 2017년에 전체 중량 300톤에 이르는 한국형 로켓을 독자 개발해 2020년 이 로켓에 달 탐사위성을 실어 보낼 계획이다. ‘아폴로 11호’를 나른 ‘새턴5’ 로켓의 무게가 2,800톤이었다.

이런 기초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참 어렵다. 자존심을 앞세우자는 게 아니라면 오랜 기술 축적이 필요한 발사체보다는 ‘뱁새도 황새를 따라잡을 수 있는’ 전자기술 등을 위주로 한 위성제작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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