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의 무지로 고립의 길 걷게된 전자정부 사이트

행자부가 구축한 우리 전자정부 사이트는 특정OS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며,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IT 강국」이라는 이름을 외치고 있음에도 왜 공공기관 웹사이트마저 고립의 길을 겪게 됐나.

26일, 오픈웹(http://open.unfix.net)이라는 비영리 표준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고려대 법대 김기창 교수실을 찾았다.

오픈웹은 김 교수가 2003년 12년간의 영국 유학과 영국 캠브리지 대학서의 교수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홀홀단신으로 주도하고 있는 웹표준화 운동.

최근 누리꾼 83명을 원고인단으로 구성해 금결원을 상대로 4억 1,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개시했다. 또한 독점OS와 독점 브라우저 사용만 가능토록 하고 있는 행자부의 전자정부 사이트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 교수가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정말 소박했다. 영국 유학시절부터 근 15년간 리눅스와 공개소스 SW를 사용해 오면서 좋은 OS와 SW들을 공짜로 사용하는데 어떤 보답을 해야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윈도우 OS, IE만 지원하는 전자정부 사이트
김 교수는 기자에게 영국 전자정부 사이트와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이트를 비교해 보여줬다.

영국 전자정부 사이트(http://www.direct.gov.uk/)를 열자 "우리는 귀하가 어떤 웹브라우저를 선택하든,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든 간에 우리정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라는 상단의 설명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또한 영국 전자정부 사이트는 HTML4.01 트랜지셔널 표준과 CSS 표준, 그리고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1.0 기준을 AA 수준에서 준수했고 국립맹인협회(RNIB)의 의견에 따라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그림(graphic)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배려를 했다.

영국의 전자정부 사이트가 모든 OS, 모든 브라우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등 사용자 중심에서 구축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우리 전자정부 사이트는 관 중심의 정보제공 포맷과 컨텐츠 분류체계, 그리고 오로지 MS 윈도우 OS만 사용할 수 있으며, 오로지 IE에서만 회원가입이 가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전자정부의 ‘얼굴’에 해당하는 www.egov.go.kr의 ‘첫페이지’는 무의미한 그림이 판을 치고, 이용자는 도무지 어디를 클릭해야 자신이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사기업 홈페이지의 경우 특정 OS와 브라우저를 쓰도록 만드는 건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의 웹사이트가 웹표준을 지키지 않고 한 OS에 종속돼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이 제공하는 웹접근성 평가 및 검사 툴을 사용해 검사해본 결과는 우리 정부가 국내용으로 제한 ‘인터넷 접근성 지침1.0′ 기준마저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국제 표준화 단체인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이엄)의 측정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웹 접근성 15점, 보안 정책 15점으로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전자정부 사이트 "고립의 길"
26일 4시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액티브X의 문제점과 함께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전자정부 웹사이트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행자부는 오픈웹의 김기창 교수에게 행자부로 방문할 것을 요구했다.

전자정부 사이트가 특정 OS와 브라우저만 지원한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돼왔으나 행자부 전자정부 관계자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공인인증서 처리를 자바 애플릿으로 구현할 경우 모든 OS와 브라우저 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그 사실에 대해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처음 홈페이지 구축 업체에게 RFP(제안 의뢰서)를 주문할 당시「HTML 4.01 기준을 지킬것,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와 WAI(Web Accessibility Initiative)를 지킬 것」이라는 요구사항만 제대로 했어도 지금과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행자부는 온라인 증명서 발급의 경우 프린터와 연결도 돼야하므로 MS의 운영체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전했지만 다른 부분은 모두 크로스브라우징과 모든 OS 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전자정부 사이트가 고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고의가 아니라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행자부의 약속대로 우리나라 전자정부 웹사이트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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