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결원, 4억 소송 이어 100억대 소송 맞는다

특정 OS와 IE를 통해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금융결제원이 4억 소송에 이어 100억대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 24일 비독점 OS를 사용하는 누리꾼 83명을 원고인단으로 하는 오픈웹이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을 상대로 4억 1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공인인증서 발급 기업이 금결원을 상대로 100억대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금결원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인증서를 발부하도록 했고 그로 인해 국내 공인인증 관련산업 및 시장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하지만 지적된 문제점들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출시를 코앞에 둔 비스타로 인해 또 한번 액티브X만을 통해 윈도OS 사용자에게만 발급되는 인증서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S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인증서를 발부하는 금결원이 한 공인인증 기업을 상대로 100억대 소송을 맞을 참이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송할 기업은 구체적인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고 있으나, 정부가 액티브X를 강요한 몇 년간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을 준비 중인 기업 측은 범용적 공인인증서 SW를 개발해 모든 플랫폼과 크로스브라우징이 가능하게 개발했으나 금결원의 차별적인 액티브X 사용 강요로 인해 2~3%의 시장점유율에 머무르는 등 정부의 정책을 통해 받은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100억이라는 손해배상 금액은 최근 5년간 매년 20억 정도의 손해를 봤다는 근거를 통해 환산됐다. 이번 소송은 몇일 전 83명의 누리꾼이 금결원을 상대로 한 소송과는 별개로 국내 한 기업이 금결원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 때 향후 소송의 진행 방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모질라, 애플사 등도 소송 동참 고려했으나 여론 의식해 포기
금융결제원이 이렇듯 줄소송에 휘말리게 된 배경은 무얼까.

외국의 경우 인터넷 뱅킹시 공인인증서를 발급하지 않는 나라들이 대부분이고 브라우저 상에서 보안 위협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에 있으나 스웨덴과 덴마크의 경우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덴마크 상업등기소의 경우 거의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덴마크 공인인증 시스템이 지원하는 웹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Firefox), 에피파니(Epiphany), 갈레온(Galeon), 오페라(Opera), 모질라, 사파리, IE, 카미노(Camino) 등이고, 모질라 썬더버드(천둥새) 이메일 프로그램에서도 작동한다.

이유는 자바 애플릿을 사용해 인증서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자바 애플릿은 스프트웨어,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고려대 법대 김기창 교수는 "금결원이 서버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주요 웹브라우저가 ‘믿지 못하는’ 인증서"라며 "이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액티브X 컨트롤인데 이것은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외의 브라우저에선 아예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웹 표준을 지키지 않는 금결원을 포함한 한국 정부에 대해 "IE만을 인정하는 기이한 인터넷 왕국 대한민국"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IE를 사용하지 않은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에 “소수”가 됨을 직접 체험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소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번 금결원 대상 소송에는 외국의 모질라재단, 애플사, 오페라 등의 타 OS 및 브라우저 관련 기업들도 동참을 고려했으나 한국 국민들의 여론을 염려해 동참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웹은 금결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2차 원고인단을 모집 중에 있으며, 금결원 대상 민사소송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신고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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