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와 SW 분리발주
정보시스템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수많은 기술과 제품이 어우러져 하나의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당연히 누구 주도로 이러한 완성을 해나가게 하는 것이 적합한가?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90년대 이전에는 IBM과 같은 컴퓨터 회사가 이를 도맡아왔다। 여러 가지 기술과 제품을 자체 개발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로부터 조달해 이를 자사의 기술연구센터에서 수많은 통합, 연계 테스트를 거친 후 통째로 시장에 내놓는다. 사용자는 이를 구입해 쓰기만 하면 된다. 비용은 조금 비쌌지만. 실은 여기엔 상당한 통합연계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90년대 이후로 정보기술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바로 오픈컴퓨팅이란 게 등장하여 상호연동의 명제 하에 개별 업체가 특정 영역의 제품을 내놓게 되고 이들 수많은 제품과 기술 가운데 사용자가 선택해 전체 시스템을 완성해 가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 경우 개별 제품의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언제든 특정 제품을 다른 업체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섭력이 제공자에서 사용자에게로 넘어가게 된 정보기술 시장의 일대 혁명이었다.실제 그렇게 된 것일까? 일부 하드웨어 같은 경우 모듈화되어 있어 언제든 교체가능하고 비용도 싸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S/W업체의 경우 다른 제품과의 연계성을 위해 자기 제품을 모듈화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 모듈화를 덜해야 다른 제품으로의 교체가 어려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제품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고, 이들간을 연계하기 위해선 많은 공수와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젠 이 통합, 연계 부담이 모두 사용자에게 떨어진 셈이다. 예전에 비해 초기 도입비용은 조금 저렴해졌을지 몰라도 운영해가면서 여기서 파생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부처간의 통합, 시스템간의 통합이 나올 때마다 이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 SW 분리발주 이야기가 한창이다. 아무리 봐도 위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으론 보이지 않는다.더 근원적 해결책은 우리 모두 정보화에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보화의 선봉에 서는 것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자. 그만큼의 위험을 더 안고 가는 셈이다. 초기엔 얼마 되지 않은 비용일줄 모르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운영에 소요될 비용까지 감안해보자. 나중에 새로운 업무환경 또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교체 또는 변경이 필요할 때 그에 소요될 비용과 위험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전자정부 관련 정책이든 우리나라 SW 및 IT서비스 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이든 이런 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지향적 정보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보화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효과가 앞에서 언급한 이런 위험을 상쇄할 만큼 큰 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누가 이런 걸러내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을까? 해당 부처의 기관장이고 최고경영진이다. 올라온 정보화 제안을 왜 해야 되는지,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그만큼 가지고 되는지 등을 걸러내 줄 때 정보화는 성공할 수 있다. 정보화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시스템에 충분한 예산을 넣어 제대로 하자는 뜻이다.둘째, 정보화는 초기 도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운영이 더 중요하므로 정책도 신규도입에서 운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보화 예산도 그렇고 정보화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정보기술 제품의 도입 예산은 있어도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예산이 없거나 절대 부족한 체제 하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소프트웨어 및 SI산업이 등장할 수 없다. 도입 완료만 하면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체제 하에서는 정보기술 자원의 수는 많아질지 모르지만 정보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고, 차후 골치 아픈 존재로 남을 지 모른다.마지막으로 정보화 산업은 가장 지식기반 산업이므로 그에 맞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열심히 했지만 돌아오는 대가는 똑 같은 시장, 지는 책임만큼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실리콘밸리는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발주 구조가 부담한 책임과 그에 상응한(과다도 아니고 과소도 아닌) 대가간의 방정식이 작동될 수 없는 거라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PMO를 전담하는 업체가 그 대안이다.이러한 방향들이 전자정부의 글로벌 프랙티스이다.
[DT 시론] 전자정부와 SW 분리발주 - 디지털 시대, 디지털 리더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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