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뿌리부터 바꾸자-중]'생각'을 바꿔야 산업도 바뀐다

한국은 공개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제대로 활성화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갈 길도 멀다.

하지만 늦었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걸어온 길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기에 따라선 합리적이고 성공적인 공개SW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공개SW를 성공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제대로 된 정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우 선 공개SW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먼저 없애고 더 많은 개발자가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공개SW에 대한 기본 개념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공개SW란 단어는 주로 리눅스 운영체제(OS)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공개SW운동본부는 "공개SW를 제품 산업과 같은 개념으로 보는 시각을 없애고 공개SW의 장점을 보다 정확하게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개SW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 '편견과 오해'의 굴레

국내에서 공개SW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개SW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특 히 국내 기업 사용자와 일반사용자들은 대부분 공개SW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공개SW에서 '공개'라는 단어는 SW의 소스코드를 공개한다는 뜻인데, 대다수 사용자들은 '공개'라는 단어를 '무료'로 인식한다. 그도 아니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공개SW 사용률은 더욱 낮아지고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적다보니 근거 없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것이 국내 공개SW 시장의 현실이다.

수 많은 SW 전문가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에 비해 공개SW 기반 플랫폼이 안전하다는 비교 분석 리포트를 내놓고 있지만 이같은 리포트는 사용자들의 습관과 인식을 바꾸는데 그리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 나 MS의 '윈도'가 결코 공개SW보다 안전하고 보안이 철저하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지난 2003년에는 전국 인터넷이 MS의 데이터베이스(DB) 서버를 공격한 바이러스 때문에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런가 하면 '윈도'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공개SW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사리 SW 사용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윈도'에 익숙하기 때문일 뿐 결코 리눅스 등 공개SW가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니다.

리눅스를 도입한 한 공공기관의 일선 공무원은 "처음 리눅스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사용하기 불편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며 "그러나 막상 아무런 어려움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 공개SW 강국, '우리 모두'가 필요

국내 공개SW 산업은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정통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개SW 활성화 정책은 공공기관이 리눅스를 도입하는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 직접 공개SW 사용자가 되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개SW 활성화는 정부의 힘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개SW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개발자가 늘어나야 한국 공개SW 산업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바개발자협의회(JCO)가 지난 23일 개최한 SW 개발자 토론회에 참석한 개발자들은 스스로를 위해서는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옥 상훈 JCO 회장은 "개발자들이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주로 '배움의 재미' 때문"이라며 "시간과 언어의 장벽이 있긴 하지만 개발자들은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공개SW 참여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글과컴퓨터, 리눅스원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공개SW로 수익을 올리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 가운데 공개SW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지난해 리눅스인 '지눅스'를 개발한 SK C&C 정도뿐이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아시아 최대 리눅스 행사라는 '리눅스월드코리아2007' 행사에도 겨우 5~6개 국내 기업만이 부스를 마련했을 뿐이다.

이 는 '공개SW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이를 사업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많지않지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공개SW 육성정책이 실시되기 전 너무 많은 국내 기업이 리눅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것도 공개SW 기업이 생겨나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데 한몫 했다.

◆외국선 정부-기업들이 공개SW 활성화 주도

그러나 세계 공개SW 시장을 살펴보면 각국의 정부뿐 아니라 SW 기업들이 먼저 나서 공개SW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BM, HP 등 세계적인 SW 기업에는 공개SW와 리눅스를 담당하는 팀이 있고 공개SW 사용도 활발하다. HP는 공개SW를 기반으로 프로젝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공개SW 라이선스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심지어 공개SW 진영의 '공공의 적'인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최근 공개SW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MS는 제이보스 등 공개SW 기업들과 제휴하고 호환정책을 발표하며 공개SW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세계 SW 기업들이 OS 뿐 아니라 기업용 미들웨어 SW에까지 공개SW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국내 공개SW 산업은 대부분 리눅스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 반 사용자들도 공개SW 활성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일반사용자들이 리눅스 등 OS 자체를 바꾸는 것은 어렵더라도 공개SW 기반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얼마든지 공개SW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MS의 오피스 프로그램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오픈오피스'를 비롯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김프'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같은 일반 사용자들의 공개SW 사용이 지금 당장은 공개SW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공개SW에 대한 지속적인 인식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일반 사용자들이 공개SW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해 발견해 낸 오류와 불편함을 바탕으로 국내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개SW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 폭넓은 교육 필요

SW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력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제조산업과 달리 '사람의 머리'에서 탄생하는 것이 SW기 때문이다.

공 개SW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발전하는 공개SW의 특징을 고려하면 공개SW 산업에서 인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이를 파악한 정부는 공개SW 개발자 확산을 위해 핵심 개발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마련,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막연하게 공개SW 개발자를 교육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이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한다. 이는 금전적인 지원이 될 수도 있고 취업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사용자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공개SW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한글과컴퓨터는 데스크톱 리눅스 신제품을 출시하며 이 제품을 초등학생들의 교육용 울트라모바일PC(UMPC)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공개SW에 대한 인식전환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학생때부터 데스크톱의 운영체제가 '윈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MS 의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초·중·고교의 컴퓨터 교육도 공개SW 기반으로 변해야한다. 이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지난해 공개SW 기반 교재를 개발했다. 이 교재가 단순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학교에 도입돼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부처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교재를 개발한 SW진흥원 관계자는 "교재를 개발하기는 했지만 이를 채택하고 교육하는 것은 학교가 선택할 문제"라며 "교육부의 지원이 있어야 교재 도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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