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의 힘이 SW시장 쥐락펴락

개방·참여·공유 정신으로 웹환경 변화 주도하며 소프트웨어 시장 주류로 부상

리눅스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운영체계로 전세계 서버시장의 30%를 점하고 있다.

미국 레드몬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역사박물관 입구.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e시대 e사람 유시민 복지 사의 Good 81명 Bad 32명 총투표자수 : 113명 현재 전 세계 PC 10대 가운데 9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윈도우’ 운영체제가 깔려있다. 운영체제는 기계덩어리인 PC에 필요한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두뇌와 같은 소프트웨어다. 운영체제가 없으면 PC는 말 그대로 기계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은 PC를 사면 당연히 윈도우가 깔려있다. 그렇다고 윈도우가 공짜는 아니다. PC 가격에는 윈도우의 값이 이미 포함돼 있다. PC업체들이 윈도우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기본으로 장착한 후에 소비자들에게 PC를 파는 것이다. 당연히 PC 원가에 윈도우 가격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PC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그중에 인터넷 항해는 이제 필수다. 인터넷 항해를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웹브라우저다. 따라서 웹브라우저 역시 PC에 설치해야 할 필수품이 됐다. 이 웹브라우저 또한 MS가 개발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PC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웹브라우저는 공짜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지만, MS가 개발해 팔고 있는 다른 수많은 소프트웨어 가격에 어떤 형태로든 웹브라우저 개발 투자비는 녹아들어가 있다.

운영체제가 없으면 PC가 한낱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듯, 웹브라우저가 없으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가 없다.

이렇듯 딱딱한 기계덩어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소프트웨어다. PC뿐 아니라 휴대폰, TV, 게임기 등 모든 디지털 기기들은 사실 그 안에 들어있는 소프트웨어가 기기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나 선박, 심지어 우주선 등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한 만큼, 상품으로서 가치도 높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MS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전체를 호령하고 있는 것도 소프트웨어 자체의 중요성과 함께 높은 부가가치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은 힘겨운 작업이다. 고품질의 노동력이 장시간 투여되어야 만들어낼 수 있다. 당연히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혁신그런데, 아주 희한한 일이 소프트웨어 시장에 불어닥쳤다. 10년쯤 전부터다. 바로 ‘오픈소스’라는 녀석의 등장과 확산이다. 애써 힘들게 만든 소프트웨어를 그냥 무상으로 갖다 써도 좋다고 덜컥 인터넷으로 공개해 버린 것이다.

특정 소프트웨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돈 안내도 좋으니 그냥 갖다 쓰라고 공개한 그런 소프트웨어들을 일컬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물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공짜라는 뜻은 아니다. ‘소스를 오픈한다’는 개념이며, 공짜가 아닌 오픈소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오픈소스는 공짜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오픈소스라고 하면 공짜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소프트웨어도 상품이고 엄연히 이를 개발한 사람(주인)이 있다. 주인은 배타적인 저작권을 갖고 이를 독점적으로 활용해 상품에 가격을 매겨 판다. 그런데 오픈소스는 바로 그 배타적 소유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소스’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고(그래서 오픈소스다), 맘대로 가져다 쓰라는 것이다. 그 소스를 맘대로 뜯어고쳐도 된다. 뜯어고쳐서 더 좋은 기능이 부가된다면 좋은 일이라는 게 오픈소스 주창자들의 생각이다. 공개할 테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혁신적인 운동’이다.

여기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초창기 급진적인 몇몇 개발자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됐다. 이게 한 10년쯤 전 얘기다.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세계 수십만 명의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오픈소스 운동에 참여해 각종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고 있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 처음에 공개해놓은 소프트웨어를 틈날 때마다 뜯어고쳐서 다시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고치고 고쳐서 내놓은 소프트웨어의 종류가 지금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것이 리눅스(Linux)다. 노르웨이의 한 대학생이 개발해 공개한 운영체제다. MS의 윈도우 같은 컴퓨터의 핵심 두뇌다. PC에서는 윈도우가 절대적이지만, PC보다 성능이 좋은 고사양의 컴퓨터, 이른바 서버 컴퓨터에는 ‘유닉스’라는 운영체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버 시장의 약 30% 가량을 리눅스가 점령해버렸다. 이 수치는 계속 상승 중이다. 리눅스는 이제 윈도우가 지배하는 PC 시장도 넘보고 있다.

오픈소스는 리눅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류도 수천 가지가 넘는다. 리눅스가 대표적이지만, 인터넷 서버를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웹서버라는 소프트웨어 중에 시장 점유율 1위는 오픈소스인 ‘아파치’다. 인터넷 사이트 개발용 소프트웨어도 PHP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도 ‘마이에스큐엘’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철옹성 같던 MS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도 ‘파이어폭스’라는 오픈소스 웹브라우저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파이어폭스는 2007년 현재 시장 점유율이 10%대로 올라섰다.

웹2.0 낳은 배경, 국내시장 1위도 오픈소스오픈소스의 힘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웹 환경의 새로운 변화 ‘웹2.0’도 사실 오픈소스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소스를 오픈해서(개방), 함께 개발하고(참여), 독점적 소유를 배제하는(공유) 오픈소스의 정신은 웹2.0을 낳은 배경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오픈소스의 열기가 외국에 비하면 덜하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정부가 나서 오픈소스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시작된 오픈소스도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태터툴즈’가 오픈소스다. 국내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고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힘이 시장 1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도 제2, 제3의 태터툴즈가 등장할 조짐이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이단아에서 어느새 주류로 부상한 오픈소스는 지금 순항 중이다.

주간한국 : 오픈소스의 힘이 SW시장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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