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개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나 - 고건 한국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포럼 의장

지식기반 사회인 21세기에 모든 산업이 발전해 갈수록 그 중심에는 정보기술(IT),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다. 전투기 기능의 80%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첨단 IT 제품 개발비 중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비중은 평균 50.1%에 이르고 있다. 각 부문별 비중을 보면 통신은 54.3%, 자동차는 52.4%, 가전은 45.7%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도 그 비중은 점점 높아져 갈 것이다(VDC 2006년 보고서). 이는 세계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려면 소프트웨어 기술력 높이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이미 제품 개발 단계부터 세계 시장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고 우리보다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으며 후진국이라 여겼던 중국 인도는 우리를 바짝 따라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을 더해 우리 제품의 부가가치를 상승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이러한 고급 IT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은 매우 낮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근간이 되는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욱 열악하다.

사실 이 부문의 수준은 미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들이 다 비슷하다. 이렇게 된 데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먼저 보유한 미국이 이를 자산이라 여기고 절대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대 비밀 유지 방식을 통해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과 같은 미국 기업들은 오랜 기간 시장 독점을 통해 경제적인 부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공개 소프트웨어(FOSS:Free & Open Source Software)가 등장하면서 바뀌고 있다. FOSS를 기반으로 어느 누구에게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 산업을 발전시킬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독일 브라질과 같은 나라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FOSS를 추진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다. 중국 소프트웨어 고위 책임자인 천충씨는 중국이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을 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보다 FOSS를 통한 원천기술 습득이라고 말한다. FOSS는 '오픈 소스(Open Source)'일 뿐 아니라 '오픈 아이디어(Open Idea)'다. 따라서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와 같은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다. 중국은 FOSS를 통해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얻고 이를 중국의 모든 산업에 적용해 국가 경쟁력을 상승시키고자 정책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나온 FOSS 리포트를 보면 그들도 FOSS를 채택하는 이유의 첫째는 무료여서가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다. 그들은 FOSS를 통해 특정 국가, 특정 회사로부터 기술 독립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FOSS를 도입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비용 절감 효과에 있다. FOSS는 무료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드웨어 구입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 소프트웨어들이 특정 하드웨어에서만 쓰이도록 설계하는 반면 FOSS는 모든 기종에서 돌아가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FOSS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면 하드웨어 회사들은 경쟁이 치열해져 더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할 것이다.

셋째,FOSS는 보안성이 우수하다. 일반적으로 FOSS는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약한 부분이 노출되고 수많은 공격을 받아 보안에 취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FOSS는 누구나 공격을 막아내는 보안법을 설계하고 보안 등급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다. 이러한 보안상의 강점 탓에 미국 국방부나 정보기관들이 FOSS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째,FOSS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다. 소스 공개와 협업을 통해 개발하고 발전하는 FOSS의 특성으로 인해 수많은 교육자료와 논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교육기관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기존 소프트웨어들은 비밀리에 내부에서만 교육해 왔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거의 없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지금까지 내부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고장이 나면 외국 제조사에 보내 비싼 돈을 주고 고칠 수 없는 외제 자동화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FOSS의 경우 국내 기술자도 얼마든지 그 내부를 알기 때문에 고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고급 기술자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제품의 확장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최근 IT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처럼 구분이 확연했던 영역을 넘나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정도로 끊임없이 그리고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흐름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역시 유연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 제품만을 사용한다면 추후 소프트웨어나 혹은 연계 하드웨어의 확장에 있어 사용자가 자유롭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A은행의 시스템은 같은 국적의 하드웨어에서만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A은행은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특정 하드웨어까지도 외국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모바일 서비스와 같은 최신 서비스의 표준 방식이 국내와 외국 기업이 달라 소프트웨어가 국내 방식을 지원하지 못한다면 A은행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A은행이 FOSS 시스템을 채택했다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FOSS는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 절감이라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 때문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산업혁명의 물결에 참여하지 못한 탓에 세계 최빈국 대열에 끼는 수모를 겪은 아픈 경험이 있다. 지금도 FOSS라는 세계의 큰 물결에 그저 관망하는 자세만 취한다면 미래의 어느 날에는 정보 후진국, 최빈국이 되는 역사의 맞을 수도 있다.

<고건 한국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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