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산업 잠재 위기 글로벌로 뚫자-(1) 글로벌화의 당위성

SW 산업 잠재 위기 글로벌로 뚫자한미 FTA가 타결되는 등 시장은 갈수록 글로벌 단위로 넓어지고 있다. 아니, 좁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 글로벌 시장에서 씨앗을 뿌리고 파이를 늘려나갈 수 있을까? SW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글로벌 진출 이슈가 어느 해보다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SW 산업에서 아직 어느 누구도 이렇다 할만한 해외 진출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의 현재 해외 진출 노력과 움직임이 결실을 맺을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도전과제에 대한 당위성은 널리 인식돼 있지만 그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아직도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 이에 우선 우리 주변의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전문 영역, 틈새시장에서 파이 키우는 SW 기업들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SW 기업을 굳이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다. 사실 그 정도 기업까지 가기에는 국내 기업 역량으로 현실적으로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특화된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빠른 첩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비즈니스 오브젝트는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영역에서 세계적인 전문기업이다. BI는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비즈니스 오브젝트의 규모를 보자. 이 회사는 지난해 세계에서 매출 1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전세계 6000여명 직원에 아태 지역에서는 6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BI 한 분야에서 매출 1조원에 직원 6000여명의 회사인 이 기업과 견줄 우리 SW 기업들이 있는가? 전문 솔루션 한 분야로 매출 1조원을 내는 국내기업은 없다. 국내 SW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티맥스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매출 600억원 가량에 1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단순 비교하자면 비즈니스 오브젝트와 같은 전문 영역에서의 솔루션(SW) 기업이 티맥스 매출의 10배 이상, 직원은 6배 이상으로 아직도 국내 기업들이 규모의 열위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하지만 티맥스소프트와 같은 국내 SW 기업에게도 큰 기회가 있다. 현재 글로벌 진출 시도가 시작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티맥스는 올해부터 해외 투자를 대폭 늘리는 등 해외 진출을 통해 제 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영입했으며 내부 직원의 글로벌 역량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글로벌 역량이 가져온 큰 차이과거에 SI(시스템통합) 업체로 불리던 IT 서비스 업계는 어떠한가? 매출 1조원 이상의 기업이 삼성SDS, LG CNS를 비롯해 3개 정도 국내에 있다. 하지만, 1조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은 아직 없다. 이에 비해 인포시스와 같은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들은 우리보다 5년, 10년 정도 늦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익만 1조원이 넘는 등 이미 우리 IT 서비스 기업들을 추월한 지 오래다. 사업의 역량을 글로벌에 힘 쏟은 결과이다.세계적 IT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의 김희집 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국내 IT 서비스업체나 SW 기업들이 실력이 없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쉬운 점은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글로벌 지향'의 문제입니다. 업무도 개선하고 그래야 합니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IT 서비스 업체에게 자신의 IT 오퍼레이션(운영)을 맡기는 것 보셨습니까? 아마 전무할 것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죠.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듀퐁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IT 업무를 위탁 처리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노력을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호주의 한 벤처 SW 기업을 보자. 덱테크솔루션스는 사기 방지, 신용위험관리 등 리스크 관리 및 의사결정 지원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올해 설립 7년째로 호주 본사에 7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규모는 작아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 사무소를 두고 활발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세안 홀링데일 사장(CEO)은 "호주에는 규모가 큰 SW 기업들도 있지만 50~100여명의 직원 수를 둔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활발한 비즈니스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특히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라고 말했다.금융 코어뱅킹 솔루션으로 전세계 선도 기업인 아이플렉스는 인도기업으로 (오라클이 지분 인수) 전세계 6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아태 본부인 홍콩에 500여명의 직원이 있고 이 지역에서 400억원(전세계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규모의 영세성..그래도 씨앗 뿌리는 국내 SW 기업이처럼 해외 SW 기업들이 비즈니스 전개시 글로벌로 전방위 시장 개척 및 영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 SW 산업은 6000여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20명 안팎의 영세한 규모인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물론 글로벌 진출을 위해 씨앗을 뿌리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티맥스소프트를 비롯해 파수닷컴, 핸디소프트, 한글과컴퓨터, 알서포트, 엑셈 등 많은 기업들이 있다.특히 핸디소프트는 글로벌 진출을 가장 먼저 꾀해 미국이라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선진 SW 시장에 정면 도전장을 낸 기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법인에서 직원 수 80여명으로 현지인을 다수 채용해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해 올해 흑자 전환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무프로세스관리(BPM)에 집중해 법무부, 상무부, 국방부 등의 30여 개 연방 정부에 구축 실적을 만들었으며, 경제 전문지 포춘지 선정 세계 100 대 기업 중 씨티그룹, GE, 존슨앤드존슨 등의 10여 개 기업에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국내에서의 확고한 경쟁을 통해 넘버 1의 입지를 굳히고 해외 진출을 꾀하는 기업으로는 티맥스소프트를 들 수 있다. 외산이 장악하고 있던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코어뱅킹 솔루션 등의 국내 시장에서 넘버 1의 입지를 굳히고 해외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내수 시장에 앞서 해외 시장부터 승부수를 띄운 기업들도 눈에 띈다.◇SW 산업 성패 앞으로 5년안 판가름전문가들은 해외진출이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며 철저한 준비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해외 SW 기업들 사례와 같이 해외 법인에 기술지원 등 전문 인력들이 다수 포진해야 하는 등 기본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또한 장기적인 포석 아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갖고 있는 모바일 등 핵심 역량과 연계해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는 구상이 있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과 유관한 SW 및 솔루션 부문의 개발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최신 전자제품의 차별화된 기능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될 만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기술이 융복합화됨에 따라 소비자들도 단순 기능의 제품보다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솔루션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무엇보다 역량 있는 글로벌 인재의 SW 산업 유인 및 내부 육성 등 토양 마련도 시급한 과제이다.특히 IT 서비스 기업과 전문 솔루션(SW) 기업과의 먹이사슬 구조(하도급, 하청)가 확실한 국내 시장 구조에서 상생을 통한 해외 진출 모델 정립이 시급하며 아울러 각 기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다.국내 SW 기업의 한 사장은 "앞으로 불과 5년 안에 우리 SW 산업의 생존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며 "최근 국내 SW 기업들이 SW 분리발주 등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글로벌 진출에 앞서 내수 시장에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는 한국 시장에서도 제대로 못하는 데 현지는 물론 세계 각국의 SW 기업이 경쟁하는 해외 무대에서 얼마나 역량이 있겠느냐는 뼈아픈 자성의 말이기도 하다.김무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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