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비스타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월 31일 드디어 윈도우 비스타의 일반 소비자 버전이 출시되었다. 윈도우 비스타 출시에 즈음하여 이 새로운 OS의 미래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참고로 필자는 윈도우 비스타의 베타 버전과 RC 버전을 계속 사용해왔고 현재는 지난 12월초부터 MSDN 가입자에게 공개된 정식 RTM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데스크톱에는 x64 에디션을 사용 중이고 노트북에는 x86 에디션을 사용하고 있는데 x64 에디션의 호환성이 생각보다 꽤 좋다. 관리자 기능을 제한하는 UAC(User Access Control, 사용자 계정 컨트롤) 기능을 끄는 경우, (금융권 사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ActiveX 컨트롤이 동작하며 설치형 소프트웨어들도 잘 동작하고 있다.

윈도우 비스타는 잘 알려진 기능인 에어로 UI, 검색, 가젯, 보안 등의 기능 외에도 향상된 미디어 센터, 흥미로운 속도 향상 기능인 레디부스트, 모바일 작업 환경을 지원하는 동기화 기능 등 수많은 새로운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애플은 이미 작년 WWDC 2006 행사에서 자신들의 맥 OS X 10.5 레오파드가 비스타 2.0이라고 홍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기능, 뛰어난 기능이 사용자들에게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로서의 사용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느낌을 주면서 여러 작은 개선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친숙함이 느껴지는, 그럼에도 뭔가 다른 듯한
필자의 경우 윈도우 비스타를 써보기 전에 막연한 생각으로는 완전히 혁신적인 느낌의 OS가 아닐까 기대를 했었는데, 실제 써보니 플립 3D 외에 그다지 눈에 띄게 인상적인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윈도우 비스타의 성공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윈도우 비스타는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이틀 만에 별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윈도우 비스타 x64 에디션을 이용해 워드 2007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과거 윈도우 XP와 워드 2003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 환경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아마 일반 사용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워드 2007의 UI는 많이 바뀌었지만 필자가 쓰는 기능은 많지 않다).

많은 파워유저들이 윈도우 비스타에 대해 별다른 것 없는 OS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수많은 자잘한 기능들이 추가되었지만 애플 맥 OS X처럼 아주 혁신적인 부분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외형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고 해봐야 에어로 UI와 플립 3D 정도이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 3D 벡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WPF(Windows Presentation Foundation)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내장 애플리케이션에 왜 이리도 WPF 기반 소프트웨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인가?

하지만 필자는 바로 이것이 MS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MS는 그 동안 대단한 혁신을 통해 사용자들에 큰 충격을 주기 보다는 주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다가왔다. 윈도우 비스타를 보면 내부 엔진 자체는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지만, MS는 거의 의도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급하지 않게 야금야금 사용자들의 마인드와 습관을 잠식해 나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혁신을 좋아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사실 일반 소비자들은 무척 보수적이다. 몸이 익숙한 것을 웬만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예를 들면, 워드에서 간단히 매크로 기록해서 사용하면 될 일을 복사&붙여넣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종류의 사례는 너무나 많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기존 사용자들은 윈도우 XP로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윈도우 비스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윈도우 비스타의 성공에 회의적인 시각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을 보면 윈도우 비스타에 대한 구매 열기가 뜨겁지 않다는 소식과 함께 윈도우 비스타의 여러 문제점들을 많이 전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윈도우 95 출시와는 완전히 다른 시절이다. 그리고 현재 널리 확산되어 있는 윈도우 XP의 경우를 보더라도 출시 직후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윈도우 XP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이유는 윈도우 9x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OS 업그레이드가 그다지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윈도우 XP의 경우 커널이 NT 기반으로 완전히 바뀌었고 또한 16비트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않아서 호환성 문제가 있다는 것 등이었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특히 게임이 제대로 동작하는 않는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어째, 지금의 윈도우 비스타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지 않는가? 하지만 윈도우 XP는 착실히 점유율을 높여서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현 시점에서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윈도우 비스타의 문제점은 그리 중요한 것들이 아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단기적으로는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윈도우 비스타의 확산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윈도우 비스타를 언급하면서 이제 데스크톱 OS의 종말이 왔으며 앞으로는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이 대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데스크톱 OS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도 하나의 트렌드이다. 그러한 서버, 클라이언트를 오고 가는 트렌드는 오랜 IT 역사 동안 계속 반복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완전히 다른 것을 대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 다 함께 성장하면서 시기에 따라 특히 각광받는 쪽이 있을 뿐이다. IT 역사는 그것의 반복이었다. 통신 인프라가 아무리 발달해도 당분간 그런 트렌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본다. 언제 어디에선가는 오프라인이 된다. UI의 한계도 있다. ActiveX 컨트롤은 단지 보안 때문에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웹의 UI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된 경우 또한 많다.

추가적으로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가젯의 경우에도 결국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아닌가? 또한 Ajax를 쓰더라도 여전히 UI가 불편한 웹 애플리케이션의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

또한 OS의 성공은 그 자체의 기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MS가 오랫동안 구축한 방대한 생태계 속의 수많은 소프트웨어들과의 끈끈한 연계성을 고려해야 하고, 더욱이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는 수많은 파트너 업체들과의 관계와 그들이 생산해낼 써드파티 솔루션을 고려해야 한다.

반 보 앞선다는 것
MS는 윈도우 비스타의 시장 점유율을 서서히 확장해나갈 것이며 그것에 큰 리스크는 없다. MS는 한 보 앞서가는 업체가 아니다. 반 보 앞서간다. 그 점이 중요하다.

윈도우 3.1과 윈도우 9x 시절에 더 나은 OS가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MS가 성공한 이유는 바로 반 보 앞서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반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과 발 맞추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파워유저, 얼리어댑터들로부터 비판을 당하기도 하지만 MS는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고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매출을 올린다. 기술의 혁신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비즈니스 방식으로는 현명한 선택이다.

윈도우 비스타가 조만간 갑자기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당분간은 신규 PC 출하 시 기본 OS로 탑재되는 것을 통해 착실히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이다. 그러다가 WPF 기반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DirectX 10 기반의 킬러 게임이 등장하는 시기를 기점으로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MS는 현재 전혀 조급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그러한 흐름을 타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워유저, 얼리어댑터, 일부 언론의 윈도우 비스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큰 의미가 없다.

일반 소비자에 맞는 적절한 제품을 만들어서, 파트너 업체들과의 생태계를 강력하게 구축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점유율을 늘려가는 MS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아주 적고 항상 유효했으며, 윈도우 비스타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애플이 애플의 방식(Apple’s Way)가 있다면 MS는 MS의 방식(Microsoft’s Way)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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