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스테이' 관광자원화 모색한다(2002년 7월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서화동(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축구와 아시아 문화의 만남… 해외 언론 극찬
“저는 이 프로그램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 환상적인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홍보 부족 때문입니다. 그러니 문을 계속 열어 두세요. …… 한국불교를 아는 것은 한국문화를 아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다시 참여할 겁니다. 또 적당한 참가비를 받는 게 좋겠고, 불교에 대한 보다 많은 이해를 위해 내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으면 좋겠군요.”뉴욕에 사는 선 허(Sun Huh)라는 교포는 최근 조계종 포교원에 이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불교계가 2002 한일 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말까지 실시한 ‘템플 스테이(Temple Stay)’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이다.
‘템플 스테이’는 지난 1700여년 동안 한국인의 정신적 귀의처가 돼온 사찰의 산문을 열고 새벽 예불에서 저녁 공양에 이르기까지 스님들의 수행 생활을 공개하고 전통문화를 체험토록 한 프로그램. 발우공양과 다도,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의 인경과 탁본, 선무도 등 사찰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각종 수행과 생활방식을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42일간의 시행 기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은 940여명. 중저가 숙박예약 시스템인 ‘월드인(World Inn)’을 통한 예약자가 558명, 직접 사찰을 찾아 체험한 사람이 385명으로 집계됐다.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사찰에 머무른 체험자들 외에 사찰을 방문해 경내를 둘러보거나 불교문화를 체험한 사람까지 더하면 5000여명에 이른다고 조계종 포교원은 밝혔다. 당초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와 전통문화를 알리는 큰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가들의 국적을 보면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순으로 많아 일본, 동남아, 티베트 불교에 비해 덜 알려진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 사찰별 참가자 수는 전등사, 약천사,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 무각사 등으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큰 절뿐만 아니라 경관과 접근성이 좋은 사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 ‘꼭 다시 찾아오겠다’며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당 사찰과 참여자들을 도왔던 자원봉사자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의 채식주의자 캘리 여사는 월드컵 기간 동안에 강화도 전등사, 계룡산 갑사, 부산 삼광사에서 2박3일씩 머물며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오는 10월과 내년 4월에도 한국을 찾아 템플 스테이에 참여하고 싶다”며 월드컵 이후에도 이 프로그램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서울 관문사에 머물렀던 한 캐나다 청년은 “일본 선만 접하다가 한국 선을 처음 알게 됐다”며 출가의 뜻을 밝히기도 했고, 전등사를 찾았던 다른 캐나다 청년 두 명은 “눈물이 날 정도로 참선이 좋다”며 “귀국하면 선센터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전남 해남의 미황사에 다녀간 한 미국인 여성은 다음달 중에 국내 체류중인 미국인 30명 가량을 인솔해 오겠다며 사찰 체험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에서의 관심도 커졌다. 오지현이라는 네티즌은 최근 조계조 포교원의 템플스테이 사무국(www.templestaykorea.net)에 “8월경에 독일인 친구가 한국에 여행을 오는데 혹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물어오기도 했다.
외국 언론들의 반응도 대단했다. 미국의 CNN과 뉴욕타임즈, 뉴스위크, 일본의 NHK와 후지TV, 아사히 신문, 교토통신, 요미우리 신문, 영국 BBC와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등 전 세계 20여개 매체가 템플 스테이를 소개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CNN은 다도, 연등 제작 등 불교체험과 불교식 생활방식, 참선 등의 수행법 등을 소상히 전하면서 월드컵 이후에도 템플 스테이가 지속되기를 희망했다. 또 뉴스위크는 “새벽 3시의 법고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템플 스테이에서 한국의 정신을 맛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월드컵 숙박 대책 차원에서 마련된 템플 스테이는 저렴한 요금에 수행도 가능하며, 유럽에서 시작된 축구와 아시아의 종교가 만나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통문화 알리는 좋은 기회
이처럼 템플 스테이가 호평을 받자 불교계와 정부는 템플 스테이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의 참가자는 예상보다 적었지만 월드컵을 통한 홍보효과가 커 오는 10월의 아시안게임 때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월드컵 기간에 템플 스테이를 운영했던 조계사, 봉은사 등 33개 사찰은 대부분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통도사와 범어사, 삼광사 등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부산지역의 사찰들이 기대가 크다. 나머지 사찰들도 템플 스테이 상설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며 예산 수덕사와 강릉 낙산사, 서산 부석사 등은 템플 스테이 운영 사찰로 추가 지정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실제로 상당수 사찰에서는 월드컵 이후에도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템플 스테이가 지속되고 있다. 부산 삼광사는 포항공대의 외국인과 대구신학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템플 스테이를 준비중이다. 또 갑사에는 오는 10월 21일부터 6박7일간 미국인 22명이 머물기로 했으며 송광사에는 9월에 독일인 20∼30명이 머물기로 예약돼 있다. 전남 해남 대둔사의 경우 주5일 근무제에 맞춰 1박2일 내지 2박3일의 주말 수련회를 상설화해 내·외국인을 향한 사찰의 문호를 더욱 넓힐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템플 스테이 안내 비디오와 CD를 제작해 60여곳의 해외 사찰에 배포하는 한편 각국 대사관에도 이 사업을 적극 알리기로 했다. 템플 스테이를 장기적으로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조계종 포교원의 황찬익과장은 “각 사찰은 물론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등도 템플 스테이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고 판단, 이를 항구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1∼2명 받기 위해 10여명이 준비하기도
한편 이 같은 성과와 호평에도 불구하고 템플 스테이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 정부와 불교계는 이번 템플 스테이 사업을 위해 정부 예산 10억원과 이보다 훨씬 많은 사찰 재정 등을 투입, 사찰의 재래식 화장실과 욕실 등을 집중적으로 개·보수했으나 참가자가 당초 예상보다 턱없이 적었다. 조계종은 당초 월드컵 기간 중 최대 5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참가자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준비 및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템플 스테이의 필요성은 지난해부터 제기됐지만 정부예산 지원 규모가 당초 불교계에서 요구했던 액수(30억원)보다 대폭 줄었고, 불교계의 준비도 지지부진했다. 불교계 내부에서 템플 스테이 참여 사찰을 정하느라 적잖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실제 준비와 홍보는 지난 3월에서야 시작됐던 것.
조계종 포교원의 황찬익과장은 “올 2월 말까지만 해도 사찰을 확정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었다”면서 “당장 일을 하기 위한 예산의 규모를 4월에서야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준비 과정의 원활하지 못함이 드러난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홍보에 필요한 시간도 촉박해 템플 스테이 사무국이 ‘월드인’을 통한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외 언론 홍보, 주한 외국대사 부부 초청 템플 스테이 체험 등의 이벤트도 만들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폭 참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을 개·보수하고 손님맞이 준비에 공을 들였던 상당수 사찰들은 참여자가 10명도 안 돼 허탈해하기도 했다. 때로는 1∼2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10여명이 준비에 매달리는 경우도 빚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최소 5∼10명의 단체 접수를 받을 경우 이런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당 사찰들은 제안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불교계는 주장하고 있다. 우선 ‘월드인’을 통한 예약이 월드컵 기간까지만 이뤄지도록 돼있어 별도의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해외 지사 및 메이저 여행사들을 통한 해외 홍보가 적극화돼야 실제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및 사찰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상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기구 및 운영체계 마련, 일일 문화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사찰 시설 개선 확대 등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템플 스테이는 월드컵이라는 전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국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임에 틀림없다.
황찬익과장은 “홍보 및 예약 접수 기간과 사업준비 기간이 짧았던 데 비해 이만한 성과를 낸 것도 큰 성과”라며 “월드컵을 홍보기간이었다고 본다면 본래 사업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당초 여행사나 한국관광공사측도 월드컵만 바라보고 이 사업을 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 그러나 이제는 외국에도 어느 정도 홍보가 됐고, 내국인에게도 확대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템플 스테이의 장기적 전망은 매우 밝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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