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뿌리부터 바꾸자

정부가 소프트웨어(SW) 강국을 만들겠다며 ‘공개소프트웨어(SW)’ 육성 정책을 펼쳐온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공개SW 기반으로 진행하고 다양한 시범사업을 펼치는 등 공개SW 육성을 위해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아직도 국내 공개SW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개SW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SW 종속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 업계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올해 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운영체제(OS)인 ‘윈도비스타’를 출시하면서 국내 인터넷 사용자와 사업자, 정부는 한바탕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윈도비스타’가 국내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액티브X’ 기술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각 게임사이트, 은행 등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윈도 비스타’와 호환을 위해 소스코드를 수정하는 등 한 바탕 소동을 겪어야만 했다. ‘윈도 비스타 폭풍’은 온 나라의 인터넷서비스가 한 업체의 소프트웨어(SW)에 종속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에 더 심각한 사태를 겪기 전에 공개 SW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개발자도, 사용자도 없는 한국공개SW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누구나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개선하고 다시 이를 오픈하는 SW를 말한다. ‘소스코드’가 공개되기 때문에 자칫 ‘공짜 SW’라는 잘못된 인식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수많은 개발자가 개발에 참여하는 수준 높은 SW라는 게 보다 정확한 정의다.이 때문에 공개SW의 발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수백만에 달하는 SW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SW 커뮤니티 등에 참여해 새로운 공개SW를 만들어내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개SW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개발자 수 자체가 매우 적다. 새로운 공개SW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SW 주권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취약하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개발자들이 과다한 업무 부담 때문에 공개SW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기에 국내 개발자들이 느끼는 ‘언어장벽’도 높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공개SW를 사용만 하고, 기여는 하지 않는 국가’라는 또 다른 오명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 공개SW 커뮤니티가 밝힌 바에 따르면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개발자 수는 ‘많아야 100명’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공개SW 사용자수도 미미하다.사용자들 역시 커뮤니티를 구성, 공개SW의 취약점과 버그 등을 발견해 이를 개발자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공개SW를 사용하는 수가 너무 적다보니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을만큼의 규모가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이다.‘한글’을 중심으로 토종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공개SW OS인 ‘아시아눅스’ 데스크톱 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내 리눅스 점유율이 0.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컴의 이 같은 주장은 척박한 한국 시장에서 공개SW가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생각의 뿌리를 바꾸자국내에서 공개SW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개SW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 사용자와 일반사용자들은 대부분 공개SW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공개SW에서 ‘공개’라는 단어는 SW의 소스코드를 공개한다는 뜻인데, 대다수 사용자들은 ‘공개’라는 단어를 ‘무료’로 인식한다. 또한 ‘공개돼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보니 공개SW 사용률은 더욱 낮아지고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적다보니 근거 없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것이 국내 공개SW 시장의 현실이다.그러나 우리는 MS의 ‘윈도’가 공개SW보다 안전하고 보안이 철저하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지난 2003년에는 전국 인터넷이 MS의 데이터베이스(DB) 서버를 공격한 바이러스 때문에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사용자가 많다보니 그 피해도 컸던 사건이다.그런가 하면 ‘윈도’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공개SW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사리 SW 사용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윈도’에 익숙하기 때문일 뿐 결코 리눅스 등 공개SW가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니다. 경험이 없다보니 편견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공개SW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개발자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일반 사용자들도 공개SW 활성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일반사용자들이 ‘윈도’를 리눅스로 바꾸는 것처럼 OS 자체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공개SW 기반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얼마든지 공개SW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실제로 인터넷에는 MS의 오피스 프로그램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오피스’를 비롯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김프’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또한 MS의 아웃룩을 대신하는 이메일 편집 프로그램도 다수 존재한다.물론 MS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처럼 사용할 수 있는 ‘파이어폭스’ 등 웹브라우저도 많다. 사용자들이 이같은 공개SW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최근 한글과컴퓨터는 데스크톱 리눅스 신제품을 출시하며 이 제품을 초등학생들의 교육용 울트라모바일PC(UMPC)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공개SW에 대한 인식전환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학생때부터 데스크톱의 OS가 ‘윈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MS의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초·중·고교의 컴퓨터 교육도 공개SW 기반으로 변해야한다. 이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지난해 공개SW 기반 교재를 개발했다. 이 교재가 단순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학교에 도입돼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이용환경부터 개선해야많은 SW 개발자들은 “공개SW를 활성화하려면 이용환경부터 개선하라”라고 입을 모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하라는 얘기다.실제로 국내 많은 사이트들은 ‘액티브X’를 기반으로 개발돼 있다. 그러다 보니 MS의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인터넷 서비스들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다. 아직도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가 아니면 페이지를 보기조차 어려움 웹사이트도 수없이 많다.국내 웹 이용환경이 이렇다보니 공개SW를 사용하는 사용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픈소스 기반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10%에 이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0.3~1% 수준에 머물고 있다.다행히 ‘윈도비스타’ 사건 이후 웹 표준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웹 표준화와 문서표준화를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것은 이같은 움직임이 정부의 활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 기업 웹사이트로 확대돼야한다는 점이다.SW는 대한민국의 IT산업을 이끌어갈 중심이돼야 한다. 미국 보잉사가 만들어내는 비행기 개발비 중 40%가 SW에 소요된다. 우리의 대표 산업인 휴대폰 등 모바일 단말기의 경우, SW를 제외하고 보면 별 쓸모없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생활필수품인 PC도 SW 부분을 빼버리면 아무 쓸모도 없다.이렇게 중요한 SW 분야의 ‘주도권’을 찾기 위한 길이 바로 공개SW인 것이다. 이제는 정부뿐 아니라 개발자, 사용자 등 모두가 공개SW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작은 실천부터 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이 SW 분야의 ‘독립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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